아이들의 새 학기 준비로 한창 바빴을 부모들. 무사히 잘 마쳤다는 안도감이 자리한 한편, 아이 성장에 대한 걱정은 더 커진 분위기다. 입학식처럼 또래 아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현장에서 유독 우리 아이가 달라 보였기 때문. 특히 또래보다 너무 키가 크거나 성숙해 보인다면 성조숙증은 아닐지 부모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성조숙증은 사춘기 현상이 지나치게 빨리 시작되는 질환이다. 무엇보다 최근 우리나라는 성조숙증으로 병원을 찾는 어린이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10만8576명이었던 환자수는 2021년 16만6645명으로 2년간 53.5%나 늘었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신희 교수는 “최근 성장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병원을 찾는 아이와 부모들이 증가한 데다 소아비만 증가, 환경호르몬 등의 영향이 크다”며 “같은 기간 국내 소아청소년 인구가 7% 이상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겉으로 드러나는 수치 이상으로 성조숙증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성조숙증은 여아의 경우 8세, 남아는 9세 미만을 기준으로 또래보다 2년 이상 일찍 신체 발달이 진행될 때 진단한다. 여아는 가슴에 멍울이 생길 경우, 남아는 고환이 커지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밖에 여아는 ▲난소가 있는 아랫배통증을 호소하거나 ▲냉대하 같은 분비물이 나올 수 있고 남아는 ▲목젖이 나오거나 ▲어깨가 넓어질 수 있다. 공통적으로는 ▲정수리에서 냄새가 나거나 ▲피지분비가 왕성해지고 여드름이 나며 ▲키가 갑자기 연간 7~8cm 이상 자라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성조숙증은 원인에 따라 시상하부나 뇌하수체의 사춘기 조절이상에 의한 ‘진성(중추성) 성조숙증’과 고환, 난소, 부신 등에서의 성호르몬 분비 이상에 의한 ‘가성(말초성) 성조숙증’으로 구분한다. 여아는 80% 이상이 원인질환 없이 발생하는 특발성 성조숙증이며 남아는 50% 정도가 중추신경계 종양이나 고환질환, 갑상선저하증 등 기질적질환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성조숙증의 원인은 다양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소아내분비 전문의의 진찰과 검사 등이 필요하다.

우선 전문가가 병력 청취를 통해 2차성징이 나타난 시기, 진행속도, 성장속도 변화, 성조숙증 가족력, 출산력, 과거 병력 등을 파악한다. 이후 신체성장과 사춘기 발달정도를 평가하고 골연령(뼈나이)을 측정해 나이에 비해 어느 정도 앞서 있는지 평가한다. 골연령검사는 좌측 손목의 엑스레이 촬영을 통해 진행하며 아이 나이보다 1년 이상 앞서 있다면 성조숙증을 의심할 수 있다.

필요한 경우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GnRH) 자극검사를 시행한다. 이 검사는 GnRH주사 후 15~30분 간격으로 몇 차례 채혈해 성선자극호르몬농도를 측정하는 검사다. 이를 통해 성선자극호르몬의 반응을 평가하고 성조숙증의 진행정도와 원인을 확인한다.

김신희 교수는 “사춘기가 빨리 왔더라도 무조건 성조숙증은 아니며 병력청취와 필요한 검사들을 통해 그 시기가 정상범위를 벗어난 것인지 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조숙증으로 진단되면 치료가 필요하다. 방치하면 성장판이 빨리 닫혀 결국 성인 키가 작아지는 성장장애를 초래하며 여아의 경우 초경이 빨리 찾아온다. 또 성호르몬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다양한 건강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치료방법은 원인에 따라 다르다. 기저질환이 있다면 해당 질환을 치료한다. 특별한 원인이 없는 특발성인 경우 주사치료를 통해 사춘기를 지연시킬 수 있다. 성선자극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해 사춘기를 지연시키는 약제인 GnRH유도체를 4주간격으로 주사한다. 단 일부 아이에서는 이것만으로 최종 성인 키의 감소를 막을 수 없어 성장호르몬치료를 같이 하기도 한다.

치료기간에는 부모가 힘이 돼줘야 한다. 김신희 교수는 “어린 나이에 사춘기를 겪으면 당황하고 힘들 수 있다”며 “사춘기는 정상적인 성장과정이지만 단지 친구들보다 좀 더 빨리 찾아온 것이라고 이해시키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건강한 생활습관 형성은 성조숙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균형 잡힌 영양섭취와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을 유지한다. 또 일상 속에서 일회용 용기 사용과 환경호르몬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출처 : 헬스경향(http://www.k-healt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