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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잘못된 칭찬이 두려움 키운다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1/07/07/
  • 조회수 : 220
어린 시절 경험하는 많은 것들은 어른이 된 이후의 삶에 영향을 준다. 그중 감정적인 경험은 특히 큰 영향을 끼친다. 부모로부터 인정이나 격려 등을 많이 받고 즐겁고 행복한 추억이 많은, 즉 긍정적인 감정 경험이 많았던 아이는 안정적인 정서를 가진 어른으로 자란다. 반면 부정적인 감정 경험이 많은 아이는 어떨까.

아이들이 경험하는 다양한 두려움 중 향후 어른이 돼서도 정서 상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두려움에 대한 연구가 있다. 이 연구에서는 여섯 가지 두려움에 대해서 말한다. 첫째는 자신과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하는 것이다. 아이는 부모가 죽는 것에 엄청난 공포와 두려움을 느낀다. 심지어 어른이 돼도, 부모가 노환으로 돌아가셔도 부모의 죽음은 견딜 수 없을 만큼의 큰 두려움이다. 너무 사랑했던 관계라 그런 것도 있지만 정신분석학적으로 보면 부모의 죽음 다음에는 내 죽음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부모를 잃어버리는 것, 헤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실제로 불안으로 힘들어하는 성인 중에는 어린 시절 부모를 잃어버렸던 것을 끔찍한 공포로 기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더 안타까운 것은 재회했을 때 부모의 반응이 공포로 더해지는 것이다. 어떤 분은 한 시간 만에 부모를 만났는데 부모가 “너 어디 갔었어!” 하며 엉덩이를 때렸던 것 또한 공포로 기억했다. 아이가 느끼는 두려움에 대해 부모들이 좀 더 알고 있어야 하는 이유다.
부모가 이혼해서 양육하지 않는 부모와 떨어져 살아야 하는 것도 이 두려움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데도 무조건 참고 살아야 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아이가 부모와 헤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큰 만큼 같이 못 살게 된 경우에도 부모의 역할에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다.
세 번째는 부모의 사랑이 사라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다. 이런 설명을 하면 부모들은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걱정을 해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부모의 생각일 뿐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할지 몰라도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가 있다. 대표적인 게 조건을 달아 아이를 칭찬할 때다. “아유, 공부를 잘 하니까 참 예쁘네.” “네가 이렇게 말을 잘 들으니까 엄마가 예뻐해 주잖아” 등 조건이 붙는 인정과 칭찬이 그런 사례에 해당한다. 어떠한 상태나 조건이 전제되어야 부모가 자신을 더 좋아하고 사랑해줄 것 같은, 미묘한 뉘앙스가 전달되면 아이는 어느 경우 부모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네 번째는 자신보다 힘이 센 사람이 가하는 물리적 힘에 대한 두려움이다. 때리는 것은 물론이고 소리를 “왁!” 지르는 것, 어딘가에 가두는 것, 때리지 않더라도 매를 보여주거나 “너, 매 가져온다”라고 말하며 협박하는 것 모두 포함된다. 직접 때리는 것만 두려움을 주는 게 아니다. 자신보다 강한 사람이 힘을 행사해 겁을 주는 모든 상황이 물리적인 힘에 의한 두려움을 만든다. 이런 두려움을 많이 경험한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성인이 돼 불안장애나 우울증을 겪을 가능성, 자살률 등이 상당히 높다.
다섯 번째는 비교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대부분 비교당하면 자존심이 상하고 기분이 나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공포 수준의 감정까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진 못한다.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유일한 존재로서 대하길 강렬히 원한다. 비교당할 때 아이는 부모가 나를 유일한 존재로 대하지 않는다고 느낀다. 비교하는 부모는 “더 분발해라”라는 의도에서, 좋은 채찍질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큰 착각이다. 비교는 아이 안에 커다란 두려움으로 자리 잡는다.

형제끼리 비교하거나 남과 비교하는 것 모두 다섯 번째 두려움을 만든다. 이에 더해 흔히 생각하지 못하는 비교가 하나 더 있다. “어릴 때 아빠는 굉장히 열심히 했다” “엄마는 이런 것 정말 잘했는데…”같이 아이가 좋아졌으면 하는 점과 부모의 장점을 비교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부모는 넘기 어려운 태산 같은 존재다. 이런 말은 아이에게 “너도 잘할 수 있어”로 들리지 않는다. 좌절감과 무력감, 두려움만 느낄 뿐이다.

마지막은 무섭고 두려운 상황을 실제 경험하는 것이다. 물에 빠졌던 경험, 개에게 물렸던 경험, 사고를 당했던 경험, 아팠던 경험 등이 이에 해당한다. 부모뿐 아니라 아이를 대하는 모든 사람들은 이 여섯 가지 두려움을 잘 기억하고 있었으면 한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출처: 동아일보(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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