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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육한다며 아이를 때리는 부모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2/11/18/
- 조회수 :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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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육아소식지.jpg (34 kb)
한 엄마가 편지를 보냈다. 남편이 아주 가끔 아이를 때린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굉장히 가정적이고 자상하고 아이에게 끔찍이 잘한단다. 그런데 1년에 한두 번은 체벌이라는 이유로 아이를 무섭게 때린다고 했다. 욱해서 아이를 자주 때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남편은 자신의 체벌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훈육이라는 정당한 이유가 있으니까. 며칠 전이 바로 그 1년에 한두 번 중 하루였다. 아이가 몰래 게임을 하다가 걸린 것이다. 남편은 예외 없이 매를 들었다. 남편은 당당했다. 남편이 자주 그러는 것도 아니고 아이가 잘못한 것도 맞지만, 남편에게 맞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이 엄마는 몇 번이나 말리고 싶었다. 부끄럽지만 남편이 무서워서 나서지 못했다고 했다. 엄마는 아이에게 미안해서 미칠 것 같단다.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 물었다.
나는 어떤 이유에서든 아이를 때리는 것을 반대한다. 이 아빠처럼 따끔하게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서라며 1년에 한두 번 매를 드는 것도 반대한다. 횟수가 적건 가르치기 위해서건 어떠한 체벌도 결국은 폭력이다. 만약 욱해서 아이를 때린다면 그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 엄마처럼 어떤 이유에서든 배우자가 아이를 때리는 것을 봤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순간 적극적으로 나서서 남편 혹은 아내에게서 아이를 떼어놓아야 한다. 부모는 아이를 보호해야 하는 사람이다. 아무리 아이를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해도 아이를 공격하는 행동은 용인될 수 없다. 보호를 해줘야 하는 사람이 공격을 할 때, 아이는 무척 혼란스럽고 불안해진다. 아이에게 가는 피해를 줄이려면 나머지 부모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아이를 보호해야 한다. 간혹 부부간에 어떤 갈등이 생길 것이 두려워 주저하거나 방관하는 경우를 본다. 절대 안 될 일이다. 부모가 된 사람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자신도 견디지 못할 두려움 속에 자식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평소 아이한테 너무나 잘했던 사람이라도, 언제나 아이를 사랑하고 있음을 알아도, 자주는 아니더라도 그 순간 남편 혹은 아내의 행동은 엄연히 ‘학대’이다. 1년에 한 번이든, 2년에 한 번이든 횟수와 무관하게 ‘학대’이다. 아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크다고 믿기 때문에,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괴롭고 불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진실이다.
나는 아이를 때린 아빠 혹은 엄마가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부부싸움 상담을 할 때, 실수가 아니라 의도를 가지고 폭행했을 경우 단 한 번이었더라도 이혼을 하라고 조언한다. 폭력은 절대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이기 때문이다. 횟수와 무관하게 넘지 말아야 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한 것에 무척 큰 의미가 있다. 더구나 아이는 집안의 약자이다. 사랑해줘야 하고 보호해줘야 마땅한 존재인 부모의 폭력, 관계를 쉽게 끝낼 수 없는 존재인 부모의 폭력은 아이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밖에 없다.
“당신의 남편 혹은 아내는 아동학대 부모다”라고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엄격히 정의를 내리자면 학대의 범주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평소 아이를 아무리 사랑하더라도 그 행동은 부모가 절대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이런 얘기를 하면, 매우 불쾌해하며 “애들이 얼마나 말을 안 듣는데, 아이 키우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니에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아이를 향한 폭력은 그럴 수도 있는 행동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 실수라고 표현하는 것은 너무 가볍게 말하는 것이다. 몇 년에 한 번이라도 그런 행동을 감히 한다는 것은 남편 혹은 아내에게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어떤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쩌면 본인은 그 문제를 모르고 있을 수 있다. 남편 혹은 아내의 흥분이 많이 가라앉았을 때, 그 순간 왜 아이를 때렸는지에 대해서 힘들어하더라도 대화를 나눠봐야 한다.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반성하더라도 그냥 넘어가지 말고, 되도록 치료나 상담 받기를 권한다.
인간은 반복적으로 여러 번 겪어서 내면이 단단해져야 상처를 받지 않는다. 그런데 어떤 상처는 단 한 번으로도 평생 지워지지 않는 경험으로 남는다. 부모의 폭력이 그렇다. 그 행위가 아이에게 주는 엄청난 공격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 더불어 설사 부모라고 해도 누군가를 아프거나 무섭게 만들어서 결국은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그 마음을, 진정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출처 : 동아일보 ( 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