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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소식지

“가만히 좀 있어”… 잔소리보다 아이를 살펴야

  • 담당부서 육아종합지원센터
  • 작성일2026-09-22
  • 조회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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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 들어오면 부모들이 아이에게 으레 하는 말이 있다.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은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책장에 놓인 장식품을 들여다보고, 서랍을 슬쩍 당겨 보기도 한다. 부모들은 당황해서 작고 낮은 목소리로 “가만히 좀 있어”라고 말한다. 이런 아이들은 의자에 앉아서도 이쪽저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방 안의 이것저것을 살핀다.

아이의 움직임이 조금이라도 많아지면 부모들은 여지없이 “가만 좀 있으라니까!” 하고 주의를 준다. 그럴 때마다 나는 위험한 행동이 아니라면 “괜찮아요”라고 말한다. 아이 나름대로 낯선 공간에서 상황을 파악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발달 과정상 취학 전 아이는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힘들다. 물론 얌전히 앉아 있어야 할 때도 있고, 자세가 바르지 않으면 가르쳐 주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부모들은 강박적으로 아이를 가만히 있게 하고 싶어 한다. 아이가 두 돌만 되어도 돌아다니는 모습을 마음 편히 지켜보지 못한다. 왜 부모들은 아이가 얌전히 가만히 있기를 원할까?

부모는 기본적으로 아이가 자신의 통제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좋아한다. 이는 아주 먼 원시시대부터 시작되었는데, 당시에는 아이들이 많이 움직일수록 맹수의 표적이 되었다. 아이가 가만히 있지 않으면 아이뿐 아니라 가족이나 부족 전체의 안전이 위협받았다. 이때부터 부모들은 본능적으로 아이가 가만히 있지 않는 것에 두려움을 가졌던 것 같다.

그런데 서양보다 우리나라에서 아이가 가만히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유독 강한 데에는 역사적·문화적 배경도 있다. 우리는 예부터 ‘점잖은’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 점잖아야 하고, 말이 없어야 하고, 아무리 급해도 뛰어서는 안 된다고 여겼다. 과거 급제가 신분 상승의 유일한 방법이었고, 그 공부는 가만히 앉아서 해야 하는 것도 있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에 대한 걱정이다. 부모들은 아이가 산만하다 싶으면 혹시 ADHD가 아닐까 불안해한다. 그 불안 때문에 “가만히 좀 있어”라는 잔소리를 지나치게 하게 된다. 아이의 주의력 발달을 살필 때 만 6세 무렵은 중요한 시기다. 이 나이에 주의력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전까지는 나이에 맞게 발달할 수도 있고 다소 늦을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만 6세에는 자기 나이에 맞게 주의력이 발달해야 한다. 이때 또래보다 많이 산만하다면 치료적 개입을 해야 한다. 만 6세 이후로는 마냥 기다리는 것이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의 기본적인 학교생활과 발달, 또래 관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너무 크다. 치료적 개입에는 약물치료도 있지만, 그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의 발달에 도움을 주는 교육을 할 수도 있고, 부모가 아이를 효과적으로 다루는 법을 배울 수도 있다.

요즘은 아이들이 어린 나이부터 단체생활을 하기 때문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교사로부터 “어머니, 아이가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겠어요”라는 말을 듣고 만 3세나 4세에 나를 찾아오기도 한다. 아이가 산만해서 걱정된다면 “가만히 앉아 있어”라는 잔소리보다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훨씬 낫다. 교사가 그런 얘기를 했다는 것은 집단 안에서 내 아이가 눈에 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는 여러 발달 양상이 혼재하는 시기라 1∼2년 안에 좋아지는 경우도 많아 쉽게 ADHD로 확진하지 않는다. 아이가 걱정된다면 만 6세까지 무작정 기다리기보다 하루라도 빨리 전문의를 찾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것이 아이의 균형 있는 발달에 유리하다. 아이가 또래보다 산만한 것이 언어나 사회성 등 다른 발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유치원이나 학교 교사가 아이의 상담 얘기를 꺼내면 어떤 부모들은 기분 나빠한다. 그 교사가 ADHD를 진단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 것은 맞다. 하지만 집단 안에서 봤을 때 아이가 과잉 행동을 하거나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어려움이 있을 확률이 높다. 교사 입장에서는 일반적인 교육으로 아이를 가르치는 게 어려움이 있다고 표현한 것이다. 내 아이를 그만큼 잘 관찰했다는 뜻일 수도 있다. 부모는 교사의 말에 기분 상해하지 말고 조언을 귀담아들었으면 좋겠다.

부모는 다른 사람한테서 “애들은 다 그렇죠. 괜찮아요”라는 말을 듣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선생님의 말을 듣는 순간 부모의 마음속에는 이미 걱정이 똬리를 튼다. 주변에서 괜찮다고 말해 준다고 그 걱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대책을 들어야 걱정을 좀 덜 수 있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부모 자신을 위해서라도 상담을 받아보는 편이 도움이 된다.

출처 : 동아일보 [오은여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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