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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하는 아이’는 ‘대화하는 부부’가 만든다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04/29/
  • 조회수 : 380

첨부파일 : 대화.jpg (72 kb)

많은 일들이 언어 안에서 일어난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소통하고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언어라는 도구를 통해 배려와 위로, 존중을 표현하고 공격성마저 낮출 수 있다. 서로 대화를 해야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그런데 진료실에서 만난 부부들은 “말을 하면 할수록 더 싸워요”라고 고백한다. 서로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의 말을 자르고 내 얘기만 하려고 하면 점점 목소리가 커져 상대의 말은 들리지 않게 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참고 상대의 얘기를 들으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당신이 얘기해봐. 뭘 걱정하는지”라고 묻고 끝까지 들어야 한다. 절대 중간에 끊지 않는다. 남편들은 자신의 논리로 상대를 설득해서 대화를 종결짓는 버릇이 있다. “자, 어디 들어보자. 당신 얘기해봐. 음 그래? 그럼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됐지? 끝!” 이런 면이 좀 있다. 이런 대화는 싸움을 부른다. 이런 상황일 때 “나는 생각이 다른데, 좀 생각해 볼게. 당신도 생각해봐” 하고 미루는 것이 낫다. 그날 결론을 내려고 하면 결국 싸우게 된다. 아내들도 마찬가지다.

부부는 남이다. 남남인 사람이 만나서 서로의 불안을 이해하고 자극하지 않고 살려면 항상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들어야 한다. 그래야 무슨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특히 어떤 면에 불안해하는지 등을 알 수 있다. 상대의 말에 답을 할 수 없어도 좋다. 진심으로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의 관계는 노력으로 유지된다. 언제나 노력해야 한다. 상대가 그러니까, 나도 그렇게 한다는 식은 안 된다. 항상 ‘이 상황이 나아지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해야 한다. 대화를 할 때는 자기 약점에 대해서도 솔직해야 한다. 특히 배우자와 이야기를 나눌 때는 배우자를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 인식하고 나의 치부를 드러내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것이 잘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별것도 아닌 일로 엄마한테 혼날까봐 말도 못하고 가슴앓이를 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부부는 혼난다기보다는 비난 받거나 공감 받지 못할까봐 배우자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못한다. 거절당하는 감정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솔직한 대화를 하고 싶다면 어떤 말에도 서로 비난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런 행동이 잦으면 대화의 창이 닫힌다. 남에게 비난 받거나 감정을 무시당하는 것보다 배우자에게 당했을 때 더 큰 좌절과 상실감을 느낀다. 생각이 다를 때는 자칫 비난으로 들릴 수도 있으니 한발 물러나는 것이 좋다. 또한 들으면서 공감되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공감을 표현하는 것도 필요하다. 상대를 가르치려고 들어서도 안 된다. 대화는 상대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대화의 기본 조건은 상대가 잘났든 못났든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미 대화가 단절된 부부라면 어떻게 할까. 서로 별다른 미움은 없지만 자연스럽게 대화가 사라져버린 부부라면 대화의 경험부터 만들어야 한다. “여보, 우리 오늘 얘기 좀 해”라고 다짜고짜 말하면 남편은 더 늦게 들어온다. 대화가 적은 부부는 처음에는 제3자에 대한 이야기부터 한다. 드라마를 보면서 ‘저거 재미있다. 우리도 저렇게 해보자’ 이런 식으로 시작한다. 주고받는 말이 편해져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드라마를 보면서 “당신은 저러지는 않는데” 하면서 살짝 배우자를 칭찬도 해준다. 드라마에는 극단적인 성격의 특이한 캐릭터가 많이 등장하므로 생각보다 배우자를 칭찬할 만한 상황을 많이 찾을 수 있다. 대화가 좀 편안해지면, 아이들 얘기부터 꺼내도록 한다.
 
친절, 배려나 말투, 의사소통하는 방법 등은 몸으로 배우는 것이지 머리로 배우는 것이 아니다. 아이에게 그런 것을 가르치고 싶다면 그런 분위기에서 살게 해야 한다. 몸으로 그런 개념이 나오려면 그런 분위기에 젖어서 살아야 한다. 사소한 불안도 부모와 상의하고, 부모와의 대화를 즐기는 아이, 친절과 배려가 몸에 밴 아이, 말투에서 따뜻함이 항상 묻어나는 아이…. 아이의 이런 모습은 부부가 보여주는 대화로 모델링 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출처 : 동아닷컴 [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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