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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시간제한’ 연습을 해보세요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1/06/02/
  • 조회수 : 220
아이가 너무 느려서 속이 터진다는 부모들이 있다. 느린 이유에 대해서는 몇 가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가장 먼저 볼 것은 주의력이다. 게으른 것도 아니고 의도적으로 상대방을 화나게 하려는 것도 아니라면, 아이의 대뇌 정보처리 속도가 늦기 때문일 수 있다.

주의력 혹은 주의집중력은 공부할 때 집중을 못 하는 것만을 말하지 않는다. 굉장히 넓은 개념이다. ‘주의력’은 고차적 인지기능 중 하나로, 성인기가 되어서야 비로소 완성된다. 그 이전의 주의력은 아직 발달 중이라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또래들에 비해 너무 느리다면 전문가에게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의 주의력이 나이에 비해 얼마나 미숙한지를 검사하여 그냥 기다려볼 것인지, 교육을 할 것인지, 치료를 할 것인지, 부모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방향을 정할 수 있다.

주의력이 떨어지면 아이의 행동은 마치 성능이 떨어지는 컴퓨터 같다. 굉장히 속도가 느리다. 난도가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고처리 속도뿐만 아니라 정보처리 속도까지 느리기 때문에 반응도 느리고 행동도 느리다. 어떤 과제를 할 때 시작도 느리고, 완수하는 것도 느리다. 어떤 아이들은 말도 눈에 띄게 느리다.
긴장감이 지나치게 높은 아이들도 느려 보일 수 있다. 지나치게 긴장하면 아이의 머릿속은 우리가 동영상을 볼 때 버퍼링이 심한 상태와 비슷해진다. 더 이상 작업 진행이 안 된다. 작업이 진행되려면 긴장을 낮추는 일을 선행해야 하기 때문에 속도가 느려지는 것이다. 한참 버퍼링 상태인 아이에게 부모가 “왜 이렇게 느리니? 빨리빨리 안 해?”라고 윽박지르면, 버퍼링 중이던 아이의 머릿속은 아예 다운되어 버린다. 아이가 늦은 이유가 긴장감 때문일 때, 느리다고 자꾸 다그치면 아이는 더욱 늦어질 수 있다.
아이가 너무너무 느릴 때, ‘혹시 일부러 이러는 것 아니야?’라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간혹 그럴 수도 있다. 평소에 부모와의 관계에서 기분 나쁜 것이 많으면, 결정적인 상황에서 부모를 곤란하게 만들겠다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이럴 때는 부모와의 관계를 살펴야 한다.

아이들은 관심을 끌기 위해 느리게 행동하기도 한다. 얼마 전 동생이 태어난 상황이다. 엄마는 항상 갓난아기를 돌보느라 바쁘다. 가만히 보니 자신이 빠릿빠릿하게 잘할 때는 엄마가 자신에게 별로 관심을 안 준다. 그런데 자신이 미적거리면 엄마가 달려와서 빨리 하라고 말도 하고 도와주기도 한다. 어쨌든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다. 그래서 꾸물거리는 아이들도 있다. 이때 무시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 물론 과잉반응을 해서도 안 된다. 객관적으로 지도를 해줘야 한다. 외출해야 하는데, 아이가 너무 느리다면 시계를 가리키며 “○○아, 짧은 바늘이 여기에 오면 어쨌든 나가야 돼. 우리 멋진 딸, 혼자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혹시 하다가 도움이 필요하면 얘기해”라고 말하면 된다. 이렇게 말해주는 것 자체가 관심의 표현이기 때문에, 아이 욕구가 충족된다. 조금 도와주는 것도 괜찮다. 양말을 신어야 하면, 양말을 접어서 발가락 앞에 끼워준 후, 나머지 당기는 것은 아이에게 하게 한다.
 
의도를 가지고 늦는 게 아니라면, 너무 느린 아이에게는 어느 정도 제한을 설정해서 조금이라도 빨리 하는 연습을 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아이들이 20분 안에 해내는 일이라면, 우리 아이에게는 2배 정도의 시간을 준다. 그리고 “이 정도까지는 마치도록 해봐”라고 해서 시간을 몸에 익히는 것을 돕는다. 마냥 기다려주기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상은 제한된 시간 안에 움직여야 하는 일이 많다. 그것을 배우지 않으면 아이가 너무 힘들어진다. 처음 가르칠 때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시간을 많이 주면서 연습을 시킨다. 긴장감이 높은 아이는 미리 안심시킨 후, 연습하는 것이 좋다. “잘할 필요 없어. 언젠가는 잘하게 될 거야. 지금은 해보는 것이 중요해”라고 말해주면 아이의 긴장을 낮추는 데 한결 도움이 된다.

부모들은 쉽게 아이가 조금만 정신을 바짝 차리면 그렇게까지 늦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늦는 이유를 결국 의지의 문제라고 여기면, 그것은 ‘잘못’이 된다. 아이의 행동에 속이 터지다 욱하기 쉽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듯 의지보다는 다른 사정이 더 많다. 아이의 어떤 행동이 걱정될 때는 걱정하다가 혼을 내기보다 관찰이 먼저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매번 너무 심한 것이 아니라면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말자. 아이도 편한 집이니까, 누구보다도 가까운 부모 앞이니까 가끔 무장해제되는 것일 수도 있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출처:[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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